|
김관석
|
2022-01-03 09:49:28, 조회수 : 343 |
새해를 맞이해 공대 교수를 역임한 친한 친구로부터 '올해에는 일반 상대론 공부에 도전하겠음...'이라는 e연하장을 받았습니다..ㅎ 그래서, 어디선가 한번 말하고 싶었던 일반상대성(General Relativity)의 학습에 관련한 체험적 조언을 여기에 써놓고자 합니다~ (아래 본문 내용에서는 의미 전달의 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가. 고등학생을 위한 조언
고등학생으로서 일반상대성(이하 GR)을 이해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내가 아는 그런 사람이 한 사람 있다. 그는 바로 GR의 명저 중 하나인 Introducing Einstein's Relativity (Oxford University Press 1992)의 저자인 레이 딘베르노Ray d'Inverno(사우스햄프턴대학교 강사/교수:1970-2006)이다. 그는 책 서문에 그런 자신의 스토리를 써 놓았다. "나는 천재는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일반 상대성을 제대로 알 수 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역 도서관에 가서 Einstein's Theory of Relativity (Lilian Lieber, Dennis Dobson 1949)를 빌렸다 ... 편미분도 몰랐던 상태에서 혼자서 노력하여 우여곡절 끝에, (15세의 나이에) 그 책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였다. 나중에 옥스포드 대학교 입학 인터뷰애서 알란 테일러Alan Tayer 교수로부터 텐서를 정의하라는 과제를 받아서 이에 아는 대로 설명했더니 합격이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그 교수의 제자가 되었다 ..."
GR을 수학적으로 이해하려면 최소한 수학에서 삼각함수, 미분(편미분), 적분(부분적분), 벡터(내적과 외적), 행렬(행렬 곱셈)와 테일러 급수를 개념적으로는 이해하여야 한다. 또한 물리에서는 뉴톤의 법칙을 잘 이해하면 된다. 이상적으로는, 만일 훌륭한 영재학교 선생님이 있어서 비유클리드 기하학 소개, 선형 대수 입문과 해밀턴 원리(수학과 물리)와 맥스웰의 법칙의 쉬운 해설을 들을 수 있게 돤다면 엄청난 행운이겠다. 그런 일이 과연 있을까? 고등학교 시절에 폴 디랙은 리만의 기하학을 소개해 준 아서 피커링Arthur Pickering 선생을 만났고, 유진 위그너와 존 폰 노이만은 (둘은 김나지움 동창생) 수학자 라츠 라슬로에게서 배우는 행운을 가졌었다! (미래에 우리 고등학교에도 이러한 교육자들이 있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교생이 GR의 수학적 구조를 이해할 수 았을까? 확률적으로 아주아주 드문 일이겠지만, (양자 터널링의 경우처럼) 가능은 할 것이며, 그 시작은 바로 본인의 열망일 것이다.
나. (전공) 대학생을 위한 조언
국내에서는 대학생을 위한 GR 강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았다. 그렇지만 물리학과 대학생들 중에는 이를 학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제일 수월한 방법은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토론을 통해 학습을 하고 가끔 이를 이해한 선배나 교수를 초청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물리학자들의 글에서 학부 사절에 이런 스터디 그룹이 있었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런 행운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은 독학하는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앞에서 고교 영재학교에서 배웠으면 하는 분야들을 스스로 찾아 수강해야 한다. 여기에 하나를 추가해서 미분기하학 강의에서 '가우스의 빼어난 정리'(Gauss's Theorema egregium)까지를 이해해야 좋다. (그러면 측지선 공식의 개념을 물리학자들의 해석보다 더 아름답게 이해할 수 있다.) 수학과 학부 코스에서 이를 수강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수리물리학에서 변분법과 해밀턴의 원리는 확실하게 이해해야 한다. 특수상대성은 대부분 대학애서 가르치는 것으로 아는데 그 계산은 고교 수준이나 개념을 잘 모르겠으면 명저를 찾아서 정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GR 책에서 슬며시 지나가는 공변벡터와 반변벡터 그리고 텐서의 개념에 대해서는 Vectors and Tensors (Daniel A. Fleisch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를 강력히 추천한다. (아주 이해하기 쉽게 기술되어 있으며, 여기 홈페이지에 일부 요약된 내용이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대부분 대학교의 물리학과 3학년에 GR 코스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무엇이 국내 대학의 열악한 여건 속에서 일반 상대성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또한,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그것도 역시 오로지 본인의 열망일 뿐이다..
물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중에서 GR을 선택하려는 사람을 위한 필자의 조언은, 물론, '없음'이다. 스스로 알아서 할만한 판단력이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훌륭한 원서 textbook들이 많고, 아직은(?) 드물기는 하지만, 대학원 GR 강의도 있으니까 본인이 배우고자 한다면 찾아서 수강하면 될 것이다. 다만, 'GR의 변분적 이해'와 '우주론'까지 도달하는 정도는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 타전공자들을 위한 조언
수학이나 공학을 전공했고, 특히 전/현직 교육자라면, '호기심'에서의 GR 학습의 시작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전기가 좋을 것 같다. 최고의 전기는 'Subtle is the Lord ...'(Pais, A. Oxford University Press 1982)이지만 원서로 읽어야 하며, 차선은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월터 아이작슨 저, 이덕환 옮김, 까치 2007)이다. 비전공자의 GR 학습에서는 물리학자가 쓴 GR 책들보다는 수학자들에 의한 GR 책으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앞의 고등학생을 위한 조언에 나오는 여류 수학자 릴리안 리버Lilian Lieber의 GR 책이나, 필자가 학습한 Differential Geometry and Relativity Theory: An Introduction (Richard L. Faber, Marcel Dekker 1983)-강추! 그리고, 만일 수학 전공자라면, An Introduction to General Relativity (Hughston, L. P. and Tod. K. P.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0)를 추천한다. 수학자들은 물리학자들과 달리 이론의 엄밀한(rigorous) 전개에 치중하므로 특히 초반부부터 수학적 논리의 비약으로 인한 비전공자의 많은 혼란들을 줄일 수 있다. 위의 책들은 모두 amazon에서 구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특수상대성(SR)을 발표한 후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10년 걸려서 발표한 것이 GR이다. 그러니 이를 배우려는 사람은 모두 심적으로 시간-세월을 충분히 갖고서 끈기있게 학습하여야 한다. 그리고, 꽤나 오랠 수 있는 과정 동안에 엄청나게 난해한 수학적 논리의 이해와 더불어 항상 그 물리적 개념의 맥락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아인슈타인과 GR 발표 경쟁을 벌였던 대수학자 힐베르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중(아마 괴팅겐대학교 교수진)에서 아인슈타인보다 수학을 못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결국은 그가 해냈다!"
... 이상은 대학교 초년까지 일반물리학과 미적분학만을 배운 후 수십년이 지나서, 현대 우주론의 수리적 이해를 목표로, 어렵사리 그 복습 과정을 거쳤고, 이후 수년 동안 GR을 배우는 길을 암중모색해 가면서, 수리물리학, 선형대수 입문, 벡터와 텐서의 기초, 텐서 해석 입문 및 미분기하학 기초를 학습한 후, 마침내 그 입문에 이른 비전공자로서의 체험적 조언입니다.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당시 본인의 수학/물리학 수준에 맞는 한 textbook을 발견한 것이 결정적인 행운이었습니다. 이후로도 끝이 없는 듯이 여겨졌던 노력 끝에, 마침내 그 수학적인 구조를 어렴풋하게 요해하게 되었을 때 참으로 엄청난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GR 학습의 관건은 훌륭한 교육자를 만나거나, 본인 수준에 적합한 책을 찾는 것인 듯 ...) 물론, 그 오랜 과정 동안 지인들부터의 여러모로 많은 도움도 받았습니다.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필자의 주요 관심사는 우주(Cosmos)안의 우리 우주/순환 우주/다중 우주(Universe/Cycling universe/Multiverse) 등을 탐구하는 현대 우주론인데, 그 모든 출발점이 바로 일반상대성(GR)인 것입니다..
p.s. 요컨대, 본인의 수학/물리학 수준에 맞는 GR 책을 못찾으면 학습 성공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고,
일반상대성 관련 강연들은 대부분 원리에 관한 해설일뿐이고, 정작 난해한 수학적 구조의 강의는 아니므로 ...
체험한 GR 학습 과정의 주요 내용들을, 후학들을 위해서, 여기 게재해 놓았으니 참고하기 바람.
|
|
|
